현대 인류는 지금으로부터 7만년을 거슬러 올라간 시점에 아프리카를 벗어나 세계로 흩어지기 시작했다. 사방으로 뻗어나간 인류가 호주에 도착한 것은 4만~5만년 전으로 추정된다. 이후 지각 변동으로 육지가 바다로 바뀌어 호주는 19세기 유럽인들이 가기 전까지 고립된 대륙으로 여겨졌다.
이 같은 격리된 호주의 역사를 깨는 유전자 연구가 보고됐다.
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팀이 약 4000년 전에도 인도에서 호주로 대규모 이주가 이뤄진 증거를 찾았다고 BBC와 LA타임스가 14일(현지시간) 보도했다.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(PNAS)에 발표됐다.
연구진은 노던테리토리 지역의 호주 원주민과 파푸아뉴기니·동남아시아·인도·중국·서북유럽인 344명의 게놈을 분석했다. 그 결과 약 4230년 전 인도에서 많은 유전자가 호주에 유입된 점을 찾아냈다. 이는 식물 가공과 석기 기술이 갑자기 변하고 세(細)석기 문화가 등장하는 등 호주 역사상 많은 고고학적 변화가 발견된 시기와 일치한다.
들개종인 ‘딩고(dingo)’의 화석이 처음 나타난 시점도 이 때다. 딩고는 호주 토종 포유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육아낭이 없어 본토 종이 아닌 것으로 간주돼 왔다. 딩고는 태반 포유동물이며 이리의 아류종이다. 연구팀은 인도인들이 딩고와 세석기를 가져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.
또 호주 원주민과 파푸아뉴기니 고지인, 필리핀의 왜소 흑인종(니그리토) 마마누아족은 같은 조상으로 3만6000년전 갈라졌다는 흔적도 발견했다. 3만5000~4만5000년 전 호주와 뉴기니는 ‘사훌’이라는 하나의 땅덩어리로 붙어 있었던 시대다. 연구팀은 “이들이 아프리카를 떠나 남쪽으로 이동한 초기 이주민 후손으로 이 지역 다른 인구 집단은 훗날 다른 경로로 도착했을 것이라는 견해를 뒷받침하는 것”이라며 “호주인과 뉴기니인들이 8000년 전 해수면 상승으로 거주지가 갈라져 분리된 것이 아니라 더 일찍 나뉘었음을 보여준다”고 밝혔다.
그러나 인도인이 호주로 온 경로는 이번 유전자 분석으로 알아내지 못했다.